2편이 팬데믹과 네카라쿠배의 폭주, 메타버스의 마지막 정점까지를 다뤘다면,3편은 그 정점 다음에 도착한 4년을 추적한다.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 vibe coding이 명명되고, 14개월 만에 어떤 후폭풍이 도착했는지가 이번 글의 뼈대다.
그 사이 한국 SW 시장은 글로벌 흐름보다 한 박자 늦게, 그러나 더 가파른 각도로 변곡점을 받아 들었다. 곡선이 꺾인 자리에서 신입 개발자의 책상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변화는 통계청 인구 동향과 주요 IT 기업의 채용 결정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2년 11월, ChatGPT가 던진 첫 균열
2022년 11월 30일, OpenAI가 ChatGPT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챗봇 정도로 받아들여졌지만,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을 돌파했다. 이 속도는 인터넷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ChatGPT가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흔든 영역이 단순 노동이나 화이트칼라 단순 직무가 아니라 코딩이었다는 사실이다. 출시 직후부터 개발자들이 ChatGPT에 함수 작성, 디버깅, 코드 리뷰를 맡기기 시작했다. GitHub은 이미 2021년 출시한 Copilot의 사용량이 ChatGPT 출시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에 한국 사회가 그렸던 미래(AI는 단순 노동을 대체할 것이다)와 정반대 방향의 곡선이 시작된 것이다.
2025년 2월, vibe coding이 이름을 얻었다

2025년 2월 2일, OpenAI 공동 창업자이자 전 테슬라 AI 책임자인 안드레아 카르파티(Andrej Karpathy)가 X(구 트위터)에 한 문장을 올렸다. “vibe coding이라는 새로운 코딩 방식이 있다. 자연어로 설명하고, 모델이 코드를 쓰게 하고, 코드 자체는 잊어버려라.” 이 트윗은 450만 회 조회를 기록했다.
카르파티가 만든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다. 이미 일어나고 있던 현상에 이름을 붙인 것에 가까웠다. 자연어 프롬프트만으로 AI가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ChatGPT 출시 직후부터 가능했고, 2024년 후반에는 Cursor, Claude Code, GitHub Copilot의 에이전트 모드 같은 도구가 본격적으로 이 흐름을 뒷받침했다. 카르파티의 트윗은 이 흐름이 문화적 단어를 얻은 사건이었다.
9개월 뒤인 2025년 11월, 200년 역사의 영국 콜린스 사전은 vibe coding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정의는 “AI에게 자연어 프롬프트로 컴퓨터 코드 작성을 보조하게 하는 행위”였다. 콜린스 사전이 매년 240억 단어 규모의 코퍼스에서 사용 빈도가 급증한 표현을 선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vibe coding이 트윗의 농담에서 일상 영어 어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였다.
14개월의 후폭풍 — 코드를 잊으라는 말이 만든 결과
vibe coding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빠르게 만들어지지만, 만든 사람도 작동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코드가 누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2012년 에릭 디트리히(Erik Dietrich)가 명명한 “전문가 초보(Expert Beginner)”라는 개념이 다시 호출됐다. 디트리히의 원래 정의는 Dreyfus 모델의 확장이었다. 자신이 전문가 수준에 도달했다고 잘못 믿고 학습을 멈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2025~2026년에 이 용어가 다시 유통되면서 의미는 미묘하게 옮겨갔다. 오만하지 않고, 빠르고, 성실하게 일하지만, 자기가 만든 코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신세대 개발자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이 변화는 사례로도 확인되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의 2025년 윈터 배치에서는 스타트업의 약 25%가 코드베이스의 95% 이상을 AI로 생성한 상태로 입주했다. 빠르게 만든다는 것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 사이의 거리가 점점 더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AI 코딩 도구를 만든 GitHub 본사조차 공식 가이드에 “Copilot은 감독 없이 코드를 생성하도록 의도된 도구가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신입 개발자의 책상이 사라지고 있다
이 글로벌 흐름이 한국에 도달한 결과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것은 2026년 1월 6일 서울신문 보도였다. 한국 IT 업계에서 2024년 기준 3년 미만 신입 개발자가 전년 대비 9,000명 감소한 반면, 3년 이상 경력 개발자는 4만 2,000명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같은 보도에서 한 중견 SW 기업의 사례가 함께 소개됐다. 창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직 신입을 한 명도 뽑지 않은 사례였다.

파이낸셜뉴스가 2025년 11월 22일 보도한 [AI發 일자리 충격] 시리즈는 더 구체적인 기업 사례를 다뤘다. 크래프톤이 신규 IP·AI 인력을 제외한 전사 신규 채용을 사실상 중단하고, 매년 300억 원 규모의 AI 툴 예산을 책정했다는 보도였다. “코딩만 잘하면 취직 걱정 없다”는 과거의 약속이 4~5년 만에 정반대 풍경으로 바뀐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IT 기업 한 곳의 신입 채용 중단과, 한 중견 SW 기업의 25년 만의 신입 0명. 두 사례는 한국 SW 시장의 채용 구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미국에서도 같은 방향의 곡선이 확인됐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미국 스탠포드 디지털경제연구소는 2025년 8월 발표한 “Canaries in the Coal Mine” 보고서에서, ChatGPT 출시 직후부터 미국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가 출시 이전 정점 대비 약 20% 감소한 반면, 같은 시기 35~49세 개발자 일자리는 9%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미국 최대 임금 데이터베이스인 ADP의 실제 고용 통계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보고서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AI는 개발자라는 직업 전체가 아니라, 개발자라는 직업의 “진입 단계”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코딩을 배워 산업에 진입하던 그 사다리의 첫 단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향의 곡선이 한 박자 늦게, 더 가파른 각도로 도착하고 있다.
한국이 풀 베팅한 그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이 2016년부터 풀 베팅했던 그 자리, 정부·대학·기업·교육기관이 5년 동안 일제히 외쳤던 “코딩을 배워라”의 메시지가 향했던 그 자리가 이제 흔들리고 있다. 2019년 첨단학과 정책으로 신설된 인공지능학과의 첫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신입 개발자 채용이 가장 가파르게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
한국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도 2025년 초 보고서에서 SW 개발자 채용시장이 양극화될 것이라는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다만 SPRi 조사에서 응답자 다수는 현재 채용시장 변화의 주요 원인을 AI 기술혁신이 아니라 국내외 경기위축으로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영향이 크고, 장기적으로는 AI 영향이 점차 커진다는 진단에 가까웠다. 어느 쪽이 됐든 신입 개발자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결과는 동일하다.
다음 편 예고 — 이 흐름은 어디로 향하는가
4편에서는 vibe coding 14개월의 후폭풍 뒤에서 작동하고 있는 또 다른 흐름을 다룬다. AI 코딩 도구를 만든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개발자가 그 흐름 위에서 어떤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신입 개발자의 책상이 사라진 자리에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시간순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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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Andrej Karpathy, “There’s a new kind of coding I call vibe coding” 게시물, X(구 Twitter), 2025.02.02
- Collins Dictionary, “Word of the Year 2025: vibe coding”, 2025.11
- Erik Dietrich, “How Developers Stop Learning: Rise of the Expert Beginner”, DaedTech, 2012
-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Erik Brynjolfsson et al., 2025.08
- 서울신문, “AI 능숙한 경력자 찾는 기업들… IT ‘신입 개발자’ 책상 사라진다”, 2026.01.06
- 파이낸셜뉴스, “[AI發 일자리 충격②] ‘코딩만 잘하면 취직 걱정 없다더니’…갈곳 잃은 신입 개발자”, 2025.11.22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시장의 변화와 생성형 AI의 영향”,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