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코드와 코덱스는 본래 코드를 짜는 도구다. 그런데 두 도구를 만든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최근 내놓은 계획을 보면, 이제는 코드뿐 아니라 메일을 정리하고 일정을 챙기고 문서를 다루는 일까지 맡으려 한다. 코딩을 돕던 창이 사용자의 하루 업무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두 회사가 같은 곳을 향해 달린다
한 회사만 그런 게 아니다. 앤트로픽은 최근 상시 작동 에이전트 ‘콘웨이(Conway)’의 윤곽을 드러냈다. 한 번 답하고 끝나는 도구가 아니라, 전용 작업 공간에서 계속 돌아가다가 필요할 때 스스로 깨어나 일을 처리한다. 메일과 일정, 코드 저장소를 살펴 사용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비서 ‘오빗(Orbit)’도 함께 만들고 있다. 오픈AI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자용 코드 도구 코덱스(Codex)를 챗GPT에 합쳐 일반 직장인까지 끌어안았다. 두 회사가 거의 같은 주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영역별로 나란히 놓고 보면, 두 회사가 같은 칸을 하나씩 채우고 있다는 게 한눈에 보인다.
| 경쟁 영역 | 앤트로픽 | 오픈AI |
|---|---|---|
| 코딩 도구 | 클로드 코드 | 코덱스(Codex) |
| 상시 작동 에이전트 | 콘웨이(Conway) | 코덱스+챗GPT 통합 |
| 능동형 개인 비서 | 오빗(Orbit) | 챗GPT 슈퍼앱화 |
| 사이버 보안 | 미소스(Mythos) | 데이브레이크(Daybreak) |
| 가는 길 | 클로드를 용도별 에이전트로 나눠 묶는다 | 챗GPT 하나에 모든 기능을 욱여넣는다 |
코딩에서 출발해 일상 업무 비서로, 다시 사이버 보안으로 칸을 넓혀간다. 방식은 다르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용도별 에이전트로 나눠 묶고, 오픈AI는 챗GPT 하나에 모든 기능을 욱여넣는다. 가는 길은 달라도 노리는 자리는 같다. 사용자가 하루를 통째로 자기 울타리 안에서 보내게 만드는 것이다.
왜 둘 다 플랫폼으로 달려가는가
방향이 같으니 그 속내가 궁금해진다. 두 회사가 약속이나 한 듯 모델에서 플랫폼으로 무게를 옮기는 데는 세 가지 사정이 맞물려 있다.
먼저 상장이다. 앤트로픽은 6월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을 비공개로 신청했고,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인정받아 오픈AI(8,520억 달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상장을 앞둔 회사가 가장 신경 쓰는 건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매출이다. 모델을 한 번 파는 것보다, 사용자를 플랫폼에 붙들어 두고 다달이 돈을 받는 쪽이 회사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받는다.
다음은 견제다. 코딩과 기업 시장에서 앤트로픽에 밀리자, 오픈AI는 챗GPT를 만능 앱으로 키워 같은 자리를 파고든다. 한쪽이 비서를 내놓으면 다른 쪽도 비서를, 한쪽이 보안에 손대면 다른 쪽도 곧장 보안에 손댄다. 상대가 채운 칸을 그대로 따라 채우며 쫓고 쫓기는 형국이다.
마지막은 돈이다. 두 회사 모두 막대한 적자를 견디며 모델을 키워 왔다. 오픈AI는 2029년까지 적자가 누적 44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투자자에게 털어놓은 바 있다. 모델을 한 번씩 파는 것만으로는 이 구멍을 메우지 못한다. 그래서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오래 붙들어 두고 한 사람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길을 택했다. 구글마저 흩어진 도구를 하나로 묶는 ‘안티그래비티’를 내놓았으니, 통합은 한 회사의 결정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향하는 흐름이 됐다.
사용자에게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편한 점은 분명하다. 메일과 일정, 코드와 문서를 한자리에서 다루니 이 창 저 창 옮겨 다닐 일이 없다. 걸리는 건 두 가지, 비용과 유연성이다.
비용부터 보자. 상시 작동 에이전트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챗봇은 물어볼 때만 토큰을 쓰지만, 이런 에이전트는 뒤에서 쉬지 않고 돌면서 토큰을 소모한다. 얼마나 쓰는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청구서가 얼마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글 코딩 1위를 내준 자리에 놓인 카드에서 같은 작업에 토큰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측정을 짚었는데, 에이전트가 알아서 더 자주 부를수록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유연성, 곧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여지는 더 빠르게 줄어든다. AI 도구를 바꾸는 건 앱 하나 갈아 끼우는 일이 아니다. 손에 익은 명령 방식, 짜둔 자동화 스크립트, 팀이 맞춰 둔 작업 흐름이 한 플랫폼에 얽혀 있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순간 그 모두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모델이야 메뉴에서 한 번 누르면 바뀌지만, 플랫폼은 그렇게 안 된다. 편해질수록 떠나기 어려워진다.
한국은 사정이 더 답답하다. 이 플랫폼 다툼에 내놓을 카드가 없다. 모델 하나라면 국산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하루 업무를 통째로 감싸는 플랫폼에는 마땅한 국산이 없다. 코딩 도구든 업무 비서든, 한국의 개발자와 기업이 결국 기댈 곳은 미국 두 회사의 울타리 둘 중 하나다.
갈아탈 수 있는 자리를 남겨두는 일
그렇다고 이 흐름을 등질 일은 아니다. 알아서 일을 챙기는 비서는 분명 편하고, 손이 덜 간다. 다만 편해지는 만큼 묶인다는 사실을 같이 기억하면 된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볼 건 하나다. 내 일 가운데 무엇을 한 플랫폼에 깊이 맡기고, 무엇을 언제든 떼어 옮길 수 있게 남겨 둘 것인가.
시리즈 [알파고10년 기획-5]에서 적은 자세는 플랫폼 시대에도 변함없다. 변화에 뒤처지지도, 한곳에 매이지도 않는다. 모델이 무엇으로 바뀌든, 플랫폼이 어디로 가든, 언제든 갈아탈 구석 하나를 남겨 둔 사람이 다음 청구서 앞에서도, 다음 종속 앞에서도 가장 자유롭다.
한 걸음 더 — 종속은 이미 국가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
개인과 기업 이야기를 했지만, 이 문제는 이미 국가 차원으로도 번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불거진 곳이 보안이다. 앤트로픽이 내놓은 보안 모델 미소스는 출시 두 달 만에 전 세계 150개 기관으로 퍼졌는데, 그 명단에 삼성과 SK하이닉스, SK텔레콤, 그리고 한국 정부 기관이 들어 있다. 한 번 뚫리면 온 국민이 영향을 받는 전력·통신·반도체를 지키는 자리에, 국산이 아닌 해외 AI가 들어앉은 셈이다.
정부도 위기를 느꼈다. 지난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외 AI 보안에 종속되면 국가 안보가 흔들린다”며, 2027년부터 한국형 보안 체계를 직접 만들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쓰는 코딩 도구는 마음에 안 들면 갈아타면 그만이지만, 국가의 핵심 시설을 지키는 보안은 한 번 맡기고 나면 발을 빼기가 훨씬 어렵다. 보안에서 먼저 터졌을 뿐, 코딩과 일상 업무라고 안전하란 법은 없다.

결국 같은 흐름이 개인의 책상에서 기업의 사무실로, 다시 국가의 기간 시설로 차례차례 올라오고 있다. 두 미국 회사가 통합 플랫폼의 칸을 마저 채우는 동안, 한국은 일반 사용자부터 정부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이 흐름을 눈여겨봐야 한다. 어떤 기능을 들이고 어디까지 맡길지, 갈아탈 여지를 어디에 남겨 둘지를 지금부터 따져 두는 쪽이 다음 국면에서 덜 끌려간다. 미소스 같은 모델의 일반 공개가 예고된 만큼, 이 지형도가 앞으로 몇 달 사이 또 어떻게 다시 그려질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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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ITWorld, “오픈AI, 사이버 방어 플랫폼 ‘데이브레이크’ 공개…앤트로픽 ‘미토스’ 대항마”, 2026.05.13
- CIO, “분산된 AI 개발 도구 하나로…구글 ‘안티그래비티 2.0’ 전략 공개”, 2026.05
- AI타임스, “앤트로픽, 상시 에이전트 ‘콘웨이’ 개발…플랫폼 진화 시동”, 2026.06.01
- 뉴시스, “내년 한국형 미토스 나온다…’해외 AI보안 종속됐다가는 국가 안보 흔들'”, 2026.05.30
- AI타임스, “오픈AI, 사무직 겨냥 ‘코덱스’ 대규모 업데이트…’클로드 코워크’에 맞불”, 2026.06.03
- AI타임스, “앤트로픽, ‘미소스’ 전 세계 150개 조직으로 확대…삼성·SK 포함”, 2026.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