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 5년, 호르무즈 위기로 또 흔들렸는데 — 공급망 EWS는 왜 아직 시범 운영인가

2021년 11월, 중국이 요소 수출 검사를 강화하자 한국에서는 차량용 요소수 품귀와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정부는 그제야 4,000여 개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6년 5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HMM 나무호가 외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5년 동안 EWS는 아직도 전산화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요소수 사태가 한국 산업에 던진 충격은 컸습니다. 한 가지 화학물질의 공급이 며칠 막혔을 뿐인데 화물차가 멈춰 섰고, 물류가 끊겼고, 산업 전반이 흔들렸습니다. 정부도 그 충격을 알고 EWS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도입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시스템은 본격 가동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EWS 5년의 시간표를 통해 한국 공급망 조기경보 체계가 어디까지 와 있고, 어디서 발목 잡혀 있는지 정리합니다. 그리고 호르무즈 위기가 이어지는 지금 이 시스템이 왜 더 절실한지도 함께 짚어봅니다. 호르무즈 봉쇄와 한국 원유 공급망 관련 분석은 직전 글에서 다뤘으니 함께 참고해 주세요.

요소수 사태 5년 — EWS 시간표

아시아경제와 서울경제가 2026년 5월 잇따라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공급망 EWS는 다음과 같은 시간을 거쳐 왔습니다.

요소수 사태 5년 — EWS 시간표
요소수 사태 5년 — EWS 시간표
시점사건내용
2021.11요소수 사태 발생중국 요소 수출 검사 강화, 정부 4,000여 품목 수기 EWS 가동
2024.7EWS 전산화 착수보고회공급망 19개 관계부처 참석, 2025년 말 시범운영 · 2026년 초 정식운영 계획
2025.9.26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대전 본원 UPS 배터리실 발화, 700여 행정시스템 셧다운, EWS 구축 중단
2026.5.9HMM 나무호 외부 공격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사 운용 선박 폭발·화재, 트럼프 이란 지목
2026.5EWS 작업 재개 발표재경부, 올해 하반기 시범운영으로 목표 조정 (정식운영 계획 무산)
2026 예산EWS 관련 예산 1/4 삭감18억 7,400만 원(2025) → 4억 9,200만 원(2026)

요소수 사태로부터 EWS 착수보고회까지 4년이 걸렸고, 착수보고회로부터 정식 운영까지 다시 2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기술통제, 그리고 중동 분쟁이 잇따랐습니다. 정부의 대응이 사건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5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잠시 멈춘 그 9월 — 데이터센터 화재라는 부메랑

EWS 전산화가 결정적으로 지연된 계기는 2025년 9월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에서 일어난 화재였습니다. UPS(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실에서 시작된 불은 자동 소화 설비에도 불구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를 막지 못했습니다. 전산실 배터리 수백 개가 전소했고, 정부는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전원을 차단했습니다. 그 결과 700여 개 행정 시스템이 일제히 셧다운됐습니다.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우체국, 국민신문고, 부동산 등기, 여권 발급까지 대국민 서비스가 24시간 이상 중단됐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추산 직접 피해만 100억 원에 가까웠고, 핵심 시스템 96개는 복구에 약 4주가 걸렸습니다. EWS 전산화 작업도 그 안에서 멈췄습니다.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재해복구(DR) 체계와 방식이 미흡했고, 실질적인 대비 훈련이 부족했으며,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에 맞는 최소한의 소화 장비도 갖추지 않은 등 총체적 문제를 보여주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 국회입법조사처 전문가 간담회

그 후 정부는 데이터센터 이중화에 3,434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고, 행정시스템 등급 체계도 ‘사용자 수’ 중심에서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EWS 전산화는 별도 사업으로, 화재 이후 작업이 7개월간 멈춰 있다가 2026년 5월에야 재개됐습니다. 이번엔 정식 운영이 아니라 연내 시범 운영이 목표로 조정됐고, 예산도 1/4로 줄어든 상태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매월 수입품목 25%에서 신규 위험 — 데이터가 말하는 공급망

EWS가 지연되는 동안 한국 공급망 위험은 누적되고 있습니다. EWS 분석 결과 2025년 12월 기준 한국의 전체 HS10 수입 품목 약 9,200개 중 위험 신호가 잡힌 비율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험 유형품목 수전체 수입 품목 대비 비중
신규 경보 진입1,745개18.9%
위험도 급등2,391개25.9%
고위험군 신규 편입1,630개17.6%

매월 전체 수입 품목의 20~25%에서 새로운 위험 신호가 발생하거나 기존 위험이 급격히 확대된다는 뜻입니다. 중동 관련 고위험 품목 자체는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원유·니켈·정련동·요오드 등 에너지·반도체·이차전지 핵심 소재가 포함돼 있어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공급망 위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용 형태로 누적되다가 추가 충격이 가해질 경우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수출규제·코로나19·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기술통제를 거치며 공급망 위험이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 잔존·누적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위기 한 번이 끝났다고 안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진단입니다.

호르무즈가 다시 흔들렸다 — EWS와의 거리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1%, 해상 원유 수출의 34%가 통과하는 길목입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63%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 해협이 막히면 하루 1,800만~2,000만 배럴의 원유 운송에 직격탄을 맞습니다.

2026년 5월 9일 HMM 나무호 외부 공격은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고, 한국은 ‘호르무즈 해방 프로젝트’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청받았습니다. 정부는 곧바로 운임 차액 100% 환급 한시 확대, 외교부 중남미 다변화 간담회 같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해양진흥공사도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범부처 차원의 통합 조기경보 체계는 여전히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진공의 해상 공급망 플랫폼과 재경부의 EWS는 별개 사업으로 운영되고, 부처 간 정보 통합도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위기는 지금 진행 중인데 통합 대응 체계는 빈자리에 있는 셈입니다.

산업재까지 확장된 리스크 — 전문가들의 진단

전문가들은 공급망 EWS가 단순히 원유와 LNG만 다루는 것을 넘어, 산업재까지 포함한 통합 체계로 고도화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중동 리스크가 에너지에서 멈추지 않고 나프타·무수 암모니아·정련동·니켈 같은 산업재 수급으로 번지면서 반도체·배터리·방산 등 전략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액화천연가스뿐 아니라 나프타·무수 암모니아 등 에너지 연계 산업재까지 포함한 조기 경보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나프타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입니다. 무수 암모니아는 비료와 화학섬유 생산에 쓰이고, 그린수소 에너지 전환에서도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둘 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중동산 원유에서 파생되거나 중동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품목입니다. 원유 한 품목의 공급망이 흔들리면, 그 뒤로 줄지어 있는 산업재 공급망이 함께 흔들립니다.

핵심 광물 쪽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2025년에 잇따라 발표한 희토류·텅스텐 수출 통제는 한국 반도체·배터리·방산 산업의 핵심 원자재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관리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이젠 시범 운영을 넘어, 통합 대응 체계로

요소수 사태 5년이 한국 공급망 정책에 던진 교훈은 분명합니다.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되고, 한 품목의 공급 차질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며, 사후 대응으로는 충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교훈을 시스템으로 옮기는 데 5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데이터센터 화재라는 또 다른 사고로 중단됐습니다. 매월 수입 품목의 25%에서 새로운 위험 신호가 발생하는 시대에 시범 운영 단계의 EWS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흔들리는 지금, 통합 EWS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5년 전 요소수 한 품목이 한국 산업 전체를 흔들었듯, 다음 위기는 어디서 시작될지 모릅니다. 그 위기의 신호를 가장 먼저 잡아낼 시스템이 아직도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공급망 대응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참고자료

  • 아시아경제, 「요소수사태 5년…공급망 위기 ‘늑장 대응’ 여전 [해상공급망비상]」, 2026.5.11
  • 서울경제, 「공급망 위기 커지는데…EWS 전산화는 올해도 ‘시범 운영’ [Pick코노미]」, 2026.5.7
  • 전자신문, 「[2025 10대 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2025.12.24
  • 국회입법조사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진단과 과제 모색」 전문가 간담회, 2025.10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형곤 선임연구위원 공급망 위험 보고서
  • 산업연구원, 빙현지 전문연구원 중동 리스크 산업재 영향 분석

※ 면책 문구(Disclaimer): 본 콘텐츠는 검색 및 뉴스, 보고서 등 공개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전문가적 견해이며, 실제 비즈니스 의사결정이나 실행 시에는 반드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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