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10년 기획-2]팬데믹이 만든 변곡점 — 네카라쿠배의 폭주와 메타버스의 마지막 정점

2020년 1월, 코로나19가 결국 한국에도 당도했다.

그 순간부터 약 3년 동안 한국 사회와 산업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마트와 식당과 사무실이 차단되었고, 그 빈자리를 비대면 거래·주문·배송이 채웠다. 이 사회 전반의 전환이 한국 IT 업계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그 흐름의 끝에 왜 네카라쿠배가 도착했는지를 2편에서 다룬다.

1편이 알파고에서 2019년 첨단학과 정책까지 한국이 풀 베팅 자세를 잡은 시기였다면, 2편은 그 베팅이 어떻게 폭발했고 마지막 정점에서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추적한다.

오프라인이 차단되자 비대면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팬데믹은 SW 산업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사회 전체가 한꺼번에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이었다. 외출이 제한되자 사람들은 식료품을 쿠팡과 마켓컬리에서 시켰고, 식사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로 해결했다. 송금과 결제는 토스와 카카오페이로 갈아탔다. 회의와 수업은 Zoom과 Teams, Meet로 옮겨갔다.

오프라인이 차단되자 비대면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 결과는 해당 기업의 매출에 곧바로 반영됐다. 쿠팡은 2020년 매출 13조 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90% 이상 성장했고, 같은 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할 수 있는 체급에 올랐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0년 연간 거래액 15조 원을 넘어섰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모델로 2020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다.

매출 폭증은 곧 시스템 확장 압력이었다. 트래픽이 몇 배로 늘어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서버 증설, 결제 시스템 보강, 데이터 처리 인프라 강화,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가 동시에 필요했다. 이 모든 일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개발자 채용 규모가 매년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은 이 사슬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관행 하나가 무너졌다

팬데믹의 또 다른 변곡점은 근무 형태였다. 한국 IT 업계, 특히 SI·SM 업계는 보안과 관리를 이유로 재택근무와 비상주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막아왔다. 발주처 사무실에 상주하는 형태가 표준이었고, 협력사 개발자가 외부에서 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외출 자체가 제한되자 발주처 사무실 상주가 불가능해졌고,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와 원격 협업을 허용했다. 화상회의,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 VPN 접속 환경이 빠르게 정비됐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재택과 비상주로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사실이었다. 보안 명분으로 막혀 있던 관행 상당 부분이 실제로는 관성에 가까웠다는 것을 모두가 동시에 알게 됐다.

팬데믹이 바꾼 근무형태와 IT 산업구조

이 변화는 채용 시장의 지형도까지 흔들었다. 인재가 어디서든 일할 수 있게 되니, 수도권 빅테크가 지방·해외 인력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중견·중소 IT 기업이 지역 인재로 버티던 구조에 새로운 압력이 도착했다.

네카라쿠배 시대의 폭주

매출 폭증, 개발자 수요 폭발, 비대면 근무 가능성의 증명.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 자리에서 한국 IT 채용 역사상 가장 극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우아한형제들을 묶어 부르는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이 이 시기다. 곧이어 당근마켓·토스를 더한 “네카라쿠배당토”로 확장됐다. 채용 조건이 매주 갱신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시점 기업 채용 조건
2020년 하반기 쿠팡 신입 개발자 초봉 6,000만원, 경력직 사이닝 보너스 5,000만원
2020년 말 네이버·카카오·라인 신입 개발자 계약 연봉 5,000만원 수준으로 상향
2021년 토스 이전 직장 연봉 최대 1.5배 + 1억원 가치 스톡옵션
2021년 크래프톤 개발직군 연봉 2,000만원 일괄 인상, 신입 6,000만원
2021년 직방 신입 초봉 6,000만원, 경력직 사이닝 보너스 1억원
2021년 엔씨소프트 전 개발직군 최소 1,300만원 일괄 인상

 

이 연봉 인플레이션 경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중견·중소 IT 기업이었다.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당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을 뽑아 2~3년 교육시키면 네카라쿠배로 이직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신입을 키워 시니어로 길러내는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첫 신호였다.

이 시기의 비대칭은 헤드헌터 업계 후일담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AI나 빅데이터 분야에 약간의 경력만 있어도 이직 조건으로 헤드헌터에게 억대 연봉을 불렀고, 그 경력의 실체를 검증할 객관적 기준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일단 데려가는 기업이 많았다는 회상이 자주 나온다. 한국 IT 업계의 이 시기 비대칭은 그 폭이 유난히 컸다.

“변호사보다 개발자가 잘나간다”가 회자된 시기

“변호사보다 개발자가 더 잘나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된 것이 2021년이다. 6개월에서 1년만 공부하면 네카라쿠배에 6,000만 원 초봉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마케팅이 전국에 깔렸다. 인프런·코드캠프·우아한테크코스 같은 부트캠프에 비전공자들이 몰렸다.

SBS 보도가 이 시기 분위기를 정확히 포착했다. 한 코딩 학원이 “취업하면 연봉의 1%만 기부하면 된다”는 조건을 내걸자 수강생 15명 모집에 4,000명이 지원했다. 영어영문학과 같은 인문계열을 졸업한 청년들이 코딩 교육으로 진로를 갈아탔다. 정부도 2025년까지 IT 인력 부족이 1만 5,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부트캠프와 국비 지원 교육에 예산을 투입했다.

저커버그의 사명 변경, 메타버스가 마지막 정점으로 도착했다

2021년 10월 28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나는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로 여겨지기를 희망한다”고 선언했다. 사명 변경은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었다. 글로벌 IT 산업 전체가 메타버스를 다음 패러다임으로 인정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국 IT 업계도 일제히 진입했다. 네이버 제페토는 2018년 출시 이후 글로벌 이용자 2억 명을 돌파했고, 2021년 7월 SK텔레콤이 이프랜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KT는 메타라운지·지니버스, 카카오는 컬러버스, 컴투스는 컴투버스, 넷마블은 메타월드를 줄지어 출시했다. 정부도 메타버스 기본법 제정과 예산 투입을 동시에 추진했다.

메타버스 호황은 개발자 수요를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3D 그래픽 엔지니어, 게임 엔진 개발자, NFT·블록체인 결합 서비스 기획자가 동시에 필요해졌다. 2021년 글로벌 컨설팅사 PwC는 202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4,764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IT 업계는 이 숫자를 기준으로 인력과 자금을 배분했다.

마지막 정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거품은 빠르게 꺼졌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랩스는 2021년 초부터 2025년 말까지 누적 700억 달러(약 100조 원)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 사업을 “밑 빠진 독”이라 불렀다. 메타는 2022년 11월 직원 1만 1,000명을 해고했고, 4개월 뒤 1만 명을 추가로 해고했다. 2025년 12월 메타는 메타버스 예산을 30% 삭감하는 방안을 확정했고, 저커버그 CEO는 공식 석상에서 메타버스 언급 자체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사명을 바꾼 지 4년 만에 사실상 메타버스에서 발을 빼는 결정이었다

.2021년 정점을 찍었던 메타버스 열풍

한국 IT 기업도 같은 길을 따라갔다. 네이버제트의 영업손실은 2020년 188억 원, 2021년 295억 원, 2022년 726억 원으로 매년 늘었다. 2024년 3월 네이버는 네이버제트 지분을 매각해 연결 자회사에서 제외했다. KT는 2024년 4월 메타라운지를, 8월 지니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은 같은 해 12월 이프랜드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카카오의 컬러버스는 2025년 5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4대 테마의 마지막 정점이 그렇게 무너졌다.

그리고 2022년 11월 30일, 새로운 변곡점이 도착했다

네카라쿠배의 폭주가 정점을 향해 가던 그 시점, 메타버스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한 가지 사건이 더해졌다. 2022년 11월 30일, OpenAI가 ChatGPT를 출시했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챗봇 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미국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가 ChatGPT 출시 이전 정점 대비 약 20% 감소하기 시작했다. 스탠포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ADP 데이터를 통해 추적한 이 곡선은, 같은 시기 35~49세 개발자 일자리가 9% 증가한 것과 정확히 대비됐다. 한국에서도 그 변화가 한 박자 늦게 도달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3년 미만 신입 개발자는 전년 대비 9,000명이 감소한 반면, 3년 이상 경력자는 4만 2,000명이 증가했다. 2016년 알파고가 시작 신호를 쏘아 올린 곡선이, 정확히 6년 만에 반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편 예고 — 곡선이 꺾인 자리에서 일어난 일

3편에서는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 2026년까지 4년 사이에 일어난 역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다룬다. 안드레아 카르파티(Andrej Karpathy)가 2025년 2월 명명한 vibe coding이 14개월 만에 어떤 후폭풍을 만들었는지, 2012년 처음 거론된 “전문가 초보(Expert Beginner)”의 의미가 2026년에 어떻게 뒤바뀌었는지, 그리고 한국 SW 업계가 SPRi 델파이 조사에서 77%라는 숫자를 받아 든 지점까지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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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한국경제, “IT개발자 로망 네·카·라·쿠·배…코로나에도 인력 수요 급증”, 2020.09.14
  • 한국일보, “‘네카라쿠배’ 올해 초봉 아세요?…IT업계 개발자 영입 쟁탈전”, 2020.12.21
  • 매거진한경, “개발자 블랙홀 된 네카라쿠배당토…치솟는 몸값에 중소업계 한숨”, 2021.03.17
  • SBS, “억대 연봉에도 개발자 없다…학원 몰려가는 문과생”, 2021.03.25
  • 아시아경제, “네이버 제페토에 도전장…SKT, 새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공개”, 2021.07.14
  • 헤럴드경제, “사명 바꾼 메타 ‘머쓱’… 4년만에 메타버스 부문 구조조정”, 2025.12.04
  • 서울경제, “4년간 100조원 손실만…결국 ‘메타버스’ 구조조정한다”, 2025.12.05
  • 더스쿠프, “이프랜드, 컬러버스, 제페토 휘청: 메타버스서 ‘하차하는’ 기업들”, 2025.06.04
  • 서울신문, “AI 능숙한 경력자 찾는 기업들… IT ‘신입 개발자’ 책상 사라진다”, 20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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