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예전엔 못 보던 느낌의 짧은 영상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나 풍경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긴 하는데, 어딘가 묘하게 "실제는 아닌" 그런 영상들 말이다. 6초에서 10초 정도 되는 짧은 클립이 대부분이고, 화질은 좋은데 움직임이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 영상들 중 상당수가 같은 도구에서 나왔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xAI가 만든 "Grok Imagine"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 나온 지 8개월밖에 안 됐는데 그사이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다. 오늘은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썰을 좀 풀어보고자 한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가볍게 읽으면 딱 좋은 내용으로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올려본다.
Grok Imagine, 도대체 뭔가?
간단히 말하면 텍스트를 쓰면 영상을 만들어주는 AI다. "노을 지는 바닷가에서 걸어가는 여자"라고 치면 그런 장면의 짧은 영상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기존의 이미지 생성 AI(Midjourney, DALL-E 같은 것들)는 정지 이미지만 만들었는데, Grok Imagine은 처음부터 영상 생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술 스펙을 잠깐만 짚자면 이렇다.
- 기반 모델: xAI가 자체 개발한 "Aurora"라는 이름의 이미지 생성 모델 - 영상 길이: 짧게는 6초, 길게는 10초 정도 - 특별한 기능: 정지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그걸 움직이는 영상으로 변환해주는 image-to-video 기능 - 출시일: 2025년 8월 - 차별점: 구글 Veo 3 외에는 없었던 "소리와 영상을 동시에 생성"하는 기능
경쟁자는 많다. OpenAI의 Sora, 구글의 Veo, Runway, Kling 같은 서비스들이 먼저 영상 생성 시장에 있었다. 그런데 Grok Imagine은 출시 한 달 만에12억 개 영상이 생성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이유가 있었다.
"Spicy 모드"라는 흥미로운 포지셔닝
Grok Imagine이 다른 AI 영상 도구와 달랐던 점은 "Spicy 모드"라는 기능의 존재였다. 이 모드를 켜면 다른 서비스들이 허용하지 않는 좀 더 대담한 표현이 가능했다. 다른 서비스들은 대부분 이런 콘텐츠를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표현의 자유" 철학이 AI 도구에도 그대로 적용된 결과다. "우리는 다른 회사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 — 이것이 xAI의 포지셔닝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성공했다. 많은 사용자가 "가장 덜 검열된 AI 영상 도구"라는 이유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당초의 취지와 다르게, 문제는 그다음부터 벌어졌다.
2026년 1월, 결국 터질께 터지다.
2025년 하반기 내내 승승장구하던 Grok Imagine에 2026년 1월 첫 번째 대형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 IT 매체 Mashable이 "Grok Imagine으로 유명인의 딥페이크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포함한 공인 인물들의 얼굴이 무분별하게 합성되고 있었고, 심지어 특별히 복잡한 프롬프트도 필요 없었다고 한다.
파장은 빨랐다. 영국 정보보호위원회, 프랑스 사이버범죄 대응반, 미국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실까지 조사에 착수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던 머스크에게도 이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 것이다.
그리고 xAI의 태도가 180도 바뀌기 시작한다.
1년도 안되는 기간의 격변 타임라인 — 이게 진짜 드라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핵심이다. 불과 8개월 사이에 서비스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해보면 드라마 한 편 수준이다.
- 2025년 8월: Grok Imagine 및 Spicy 모드 조용히 출시. 자유로운 AI의 등장 - 2025년 10월 16일: 갑작스런 검열 패치. 유료 구독자들 사이에서 환불 러시 발생 - 2025년 11월: X(구 트위터) 플랫폼에 이미지 생성 기능 확장. 더 많은 사용자 유입 - 2026년 1월 9일: Mashable 보도 직후 이미지 편집 기능을 유료 사용자로 제한 - 2026년 1월 15일: 실제 인물의 노출 합성 기능 전면 차단 발표 - 2026년 1월 20일: 검열이 너무 과하게 작동해서 평범한 일상복까지 검열되는 촌극 발생. "비키니는 물론 원피스까지 막혔다"는 사용자 불만 속출 - 2026년 1월 28일: Grok Imagine API 공개. 개발자들이 자기 앱에 이 기능을 붙일 수 있게 됨 (이미지당 약 2센트) - 2026년 2월 2일: SpaceX가 xAI를 공식 인수 합병. 이제 Grok은 스페이스X의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와 합쳐졌다 - 2026년 2월: Grok Imagine 1.0 출시. 2중 검열 시스템 도입 — 프롬프트를 먼저 검사하고, 생성된 이미지를 또 한 번 검사하는 구조 - 2026년 3월 19일:무료 티어 완전 제거. 이제 이용하려면 SuperGrok($30/월) 또는 X Premium+($16/월) 구독이 필수
정리하면 이렇다. 무료에서 유료로, 자유에서 검열로, 몇 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가 되었다. 특히 SpaceX의 인수는 AI 업계 전체에서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이제 Grok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스페이스X 생태계의 일부가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아예 문을 닫아버린 OpenAI의 Sora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하나 있다. Grok Imagine이 이렇게 격변을 겪는 동안, 경쟁 서비스 중 하나는 아예 서비스를 종료했다. 바로 OpenAI의 Sora다.
2026년 3월 24~25일, OpenAI는 Sora 서비스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Sora 웹과 앱은 4월 26일에, API는 9월 24일에 완전히 닫힌다고 한다. 무료 사용자는 이미 4월 3일부터 영상 생성이 안 되고 있다. 2024년 2월에 처음 공개되고 2025년 9월 독립 앱으로 정식 출시된 지 불과 6개월 만의 결정이었다.
OpenAI가 공식적으로 밝힌 종료 이유는 "기업용 AI와 생산성 도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다만 실제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 막대한 컴퓨팅 비용: Sora 한 서비스만 월 운영비가 수백만 달러 규모 - 수익 부진: 구독 모델 도입 후에도 지속적인 적자 - Disney와의 10억 달러 파트너십 파기: 저작권 이슈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국 양사 모두 손을 뗐다 - 2026년 하반기 OpenAI IPO 준비: 손실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압박 - 경쟁 심화: 구글 Veo 3.1, Runway Gen-4.5, Kling 3.0, 그리고 Grok Imagine까지 — 영상 생성 시장이 몇 개월 만에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되었다
"Grok 때문에 Sora가 문을 닫았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OpenAI 내부 사정과 재무 문제가 더 큰 요인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상 생성 AI 시장의 경쟁 구도가 너무 빨리 바뀌면서 OpenAI조차 버티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 시장에서 Grok Imagine이 중요한 한 축이 된 것은 틀림없다.
흥미로운 대조다. 한쪽은 무료에서 유료로 방향을 전환하며 살아남았고, 다른 한쪽은 아예 서비스를 접었다. 요즘 AI 업계의 속도감이 그 정도다.
국내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글로벌 흐름과는 별개로, 국내 커뮤니티에서도 Grok Imagine을 둘러싼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몇몇 갤러리, 그리고 해외의 Reddit 같은 곳에서 사용자들이 Spicy 모드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프롬프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xAI가 검열을 강화할 때마다 어떤 회피 방법이 있는지, 어떤 입력 방식이 더 잘 통하는지를 서로 알려주는 식이다. 일부 글들은 상당히 기술적이어서 저장소 URL 구조를 분석하거나 검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역으로 추적하기도 한다.
이 현상이 재미있는 이유는, xAI와 사용자 커뮤니티 사이의 "쫓고 쫓기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xAI가 새 업데이트로 특정 회피법을 막으면 커뮤니티는 금방 새 방법을 찾아내고, 며칠 안에 그 방법도 다시 막히고, 또 새 방법이 등장하고… 이런 식이다. 나무위키에도 "레딧 등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공유된 각종 탈옥(Jailbreak) 프롬프트가 새로운 업데이트 때마다 막힌다"는 언급이 있을 정도다.
물론 이런 활동의 상당수는 성인용 콘텐츠를 만들려는 목적이라, 우리나라 법의 관점에서 보면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AI 딥페이크에 대해서는 꽤 엄격한 법 체계를 갖추고 있어서 자세한 얘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다만 특히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합성 콘텐츠는 "재미로 했다"가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해두면 된다.
다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이 풍경이 꽤 신기하기도 하다. AI 서비스와 사용자 커뮤니티가 서로의 행동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면서 함께 굴러간다는 것, 이것이 AI 시대만의 독특한 풍경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 2026년 4월, Grok Imagine은 어떤 모습인가?
이 글을 쓰는 2026년 4월 기준으로 Grok Imagine의 현재 모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무료 이용: 불가능. 2026년 3월 19일부터 유료 구독 필수 - 가격: SuperGrok $30/월 또는 X Premium+ $16/월 - API: 개발자용으로 이미지당 약 $0.02 - Spicy 모드: 존재하지만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고, R등급 수준의 허구 캐릭터 표현만 허용 - 검열 시스템: 2중 구조로 작동 (프롬프트 검사 + 결과물 검사) - 지역별 제한: 캘리포니아, 영국, EU 등에서는 추가 차단 적용
Grok Imagine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경쟁 서비스 대비 동영상 품질과 속도 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접근성과 자유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축소된 상태다.
최근에는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Spicy 모드가 또 한 번 축소되거나 특정 지역·버전에서 제거됐다"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xAI가 워낙 자주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 어제 됐던 게 오늘 안 된다"는 경험담이 많은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꿀팁 체크 포인트 — Grok Imagine 활용 팁 5가지
Grok Imagine는 재미있는 취미이자 괜찮은 창작 도구다. 즐겁게 활용하면서 몇 가지만 기억해두면 좋다.
1. 가상 캐릭터가 최고다. 실제 사람 사진을 업로드해서 변형하려고 하면 검열에 막히거나 결과물이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상상 속 캐릭터나 판타지 장면을 만들 때 Grok Imagine의 진가가 나온다.
2. 짧은 프롬프트가 의외로 잘 먹힌다. 다른 AI 도구들은 프롬프트를 길게 쓸수록 결과가 좋다는 팁이 많은데, Grok Imagine은 오히려 간결한 프롬프트가 더 자연스러운 결과를 낼 때가 많다는 사용자 후기가 있다. 너무 많은 지시를 한꺼번에 주면 모델이 혼란스러워한다고 한다.
3. 모바일 앱이 기본이다. 웹 버전은 기능 제한이 많다. 제대로 쓰려면 iOS 또는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하는 것이 낫다.
4. 구독료는 달러 기준이다. 국내에서 결제할 때 환율과 해외결제 수수료가 추가된다는 점 기억해두자. $30 구독이면 실제 청구되는 금액은 더 많을 수 있다.
5. 자주 바뀌니까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자. xAI의 업데이트 주기가 정말 빠르다. "이 기능 언젠가 써봐야지" 하고 미뤘다가 그 기능이 사라지는 경우가 꽤 있다. 쓸 거면 관심 있을 때 한 번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마치며 — 요즘 AI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다.
Grok Imagine의 8개월 스토리와 Sora 서비스 종료 소식을 나란히 놓고 보면서 느낀 점은, 요즘 AI 서비스는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다는 것이다. 어제 있던 기능이 오늘 없어지고, 무료였던 것이 하루아침에 유료가 되고, 회사 주인까지 바뀌고, 심지어 OpenAI 같은 거대 기업의 서비스조차 6개월 만에 문을 닫는 이런 속도감은 과거 어떤 소프트웨어 카테고리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런 변화의 속도가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재미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몇 달 전만 해도 "영상은 AI가 잘 못 만드는 영역"이었는데, 지금은 피드를 넘기면 AI 영상이 섞여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으니 말이다.
Grok Imagine을 직접 써볼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다만 AI 업계에서 벌어지는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어떤 도구가 좋다 나쁘다"를 넘어서 기술이 사회와 부딪히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다음번에는 또 어떤 서비스가 어떤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그리고 오늘 살아남은 서비스들 중 누가 6개월 뒤에도 살아있을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시대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어주셨다면 다행이고, 새 정보 하나 얻어 가셨다면 더욱 좋겠다. AI 관련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생기면 다음 글에서 이어가볼 생각이다. ☕
※ 본 글은 2026년 4월 기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나다. AI 서비스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실제 사용 시점에는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보는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