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권은 외교·안보·경제 모든 전선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대만 발언으로 시작된 중일 갈등이 1년도 안 돼 동아시아 공급망 구도를 흔들었고, 일본은 미국과의 핵심 광물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는 새로운 협력 채널을 열었습니다. 이 글은 다카이치 정권이 만들어낸 새 흐름과, 한국 산업계가 마주한 기회·리스크를 정리합니다.
다카이치의 승부수 — 2025년 11월 대만 발언에서 2026년 압승까지
한 번의 국회 발언이 동아시아 외교 구도를 바꾼 사례입니다.
2025년 10월 제104대 총리로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는 같은 해 11월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만 문제를 두고 무력 개입 가능성을 공식 시사한 첫 사례로, 중국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1월 23일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결과는 압승이었습니다. 2026년 2월 8일 치러진 제51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316석을 확보해 3분의 2 의석을 넘겼고, 2월 18일 다카이치는 354표를 받아 제105대 총리로 재선출됐습니다. 내각 지지율은 70% 안팎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로써 다카이치 정권은 헌법 개정과 적극 안보 노선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정치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중국의 단계적 보복 — 수산물에서 갈륨·게르마늄까지
중국은 외교 항의에서 시작해 자원 무기화까지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중국의 보복은 단계적이었습니다.
중국인 일본 관광·유학 자제령, 일본 영화·공연 상영 제한 (‘한일령’). 11월 19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중단 통보. 보름 전 재개됐던 홋카이도 가리비 수출이 곧장 막혔습니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거부, 유엔 안보리에서 “이런 나라가 상임이사국 자격 없다” 비판, 중국대사관 별도 경고. 일본 외무성과 중국 외교부 회담 결렬.
중국 상무부, 군사 목적 이중용도 물자의 일본 수출 전면 금지. SUBARU, ENEOS, 이토추, 미쓰비시 머티리얼, TDK, 히노자동차 등 다수 일본 기업과 도쿄과학대학 등이 요주의 리스트에 추가됐습니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 기준, 갈륨·게르마늄의 대일 수출 물량이 1~2월 사실상 0으로 떨어졌습니다. 2010년 센카쿠 분쟁 당시 희토류 수출 봉쇄의 재현입니다.
다만 일본 정부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고, 중국도 한·일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유화 메시지와 일본에 대한 강경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19일 미일 정상회담 — ‘핵심 광물 동맹’의 명문화
중일 갈등의 한복판에서 일본은 미국과의 자원 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2026년 3월 1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동맹 협력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730억 달러 규모의 일본 측 대미 투자 약속이 제시됐고, 농·축산물 시장 접근성도 확대됐습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미나미토리섬 인근 심해 희토류 진흙을 포함한 핵심 광물 공동 R&D MOU 체결이었습니다. 양국은 가격 하한제를 포함한 ‘핵심 광물 실행 계획(Critical Minerals Action Plan)’을 통해 시장 안정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우주 분야에서는 NASA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일본의 유인 여압 로버를 결합하기로 했고, 화성 위성 탐사선(MMX) 공동 발사도 합의했습니다.
회담의 또 다른 축은 호르무즈 해협 위기 대응이었습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7개국에 호위 작전 동참을 강력히 요구해왔고, 다카이치 총리는 이 요청을 정면으로 마주한 첫 정상이 됐습니다. 일본은 평화헌법 제약과 거래주의 외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광물 안보 자립’ — 미나미토리섬 시굴 성공의 의미
상업 채굴은 2030년 이후지만, 시굴 성공만으로도 외교적 의미가 큽니다.
2026년 2월 2일 일본 내각부 주도 ‘전략적 혁신 창조 프로그램(SIP)’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심해 시추선 ‘치큐(Chikyu)’를 통해 미나미토리섬 인근 EEZ 수심 약 6,000m 해저에서 희토류 진흙 시굴(시범 채굴)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월 18일 파이프 투입 후 약 2주 만의 결실이었으며, 이 정도 심해에서 희토류 진흙을 회수한 첫 사례였습니다.
다만 보도들이 강조하듯 이는 시굴 성공이지 상업 채굴 성공이 아닙니다. 2028년 3월까지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 뒤 빨라야 2030년 이후 상업 채굴이 가능하며, 채산성도 미지수입니다. 미나미토리섬 매장량은 약 1,600만 톤으로 추산되어 디스프로슘 730년치, 이트륨 780년치에 해당하지만, 가공 과정의 환경 부담과 비용이 상업화의 관건입니다.
그럼에도 시굴 성공의 외교적 의미는 큽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충돌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봉쇄로 직격탄을 맞은 경험을 가졌고, 이후 호주 라이나스에 2.5억 달러를 투자해 마운트 웰드 광산 지분을 확보하는 등 15년에 걸친 분산 전략을 펴왔습니다. 미국·호주와의 갈륨 정제소 3국 협력, 미나미토리섬 시굴, 미·일 핵심 광물 MOU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중국 의존도를 단번에 끊지는 못해도, 단번에 끊을 수 있다는 위협을 보낼 수는 있는” 카드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한국의 위치 — 한일 정상회담·SCPA·LNG 스왑까지
한국은 한일·한중 양쪽으로 동시에 외교 카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6년 1월 4~7일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1월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두 번째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은 공급망 협력 의지를 표명했고, 후속 작업이 3월 14일 한·일 산업통상 장관 회담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3월 14일 도쿄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이 회담하며 다음 세 가지를 확정했습니다.
- 한·일 산업통상 정책대화 신설 —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정례 협의체. 통상·경제안보·공급망·철강·광물자원 의제를 종합 점검.
-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SCPA) 체결 — 공급망 교란 징후 발견 시 상호 통보, 실제 교란 발생 시 요청 5일 이내 긴급회의 개최, 핵심 광물 공동 탐사·투자.
- LNG 수급 협력 협약 —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JERA가 LNG 스왑 등을 포함한 협약을 체결해 수급 위기에 공동 대응.
이 합의의 배경에는 미·이란 분쟁에 따른 호르무즈 위기와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서, 위기 발생 시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한국 산업계의 기회와 리스크
기회는 명확하지만 리스크도 함께 따라옵니다.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완성품 경쟁력과 일본의 핵심 소재·정밀 가공 경쟁력이 결합되면 시너지가 큽니다. 7년 전 수출 규제로 갈등을 겪었던 두 나라가 공급망 협력으로 방향을 튼 것은 미·중 패권 경쟁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한국가스공사-JERA의 LNG 스왑은 위기 대응형 협력의 첫 사례입니다. 핵심 광물 공동 탐사·투자도 같은 맥락이며, 향후 호주·동남아·중앙아시아 자원 보유국과의 3자 협력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습니다.
일본이 호주·말레이시아·미국과 맺은 다층적 자원 협정과 심해 채굴 기술 격차는 향후 한국에 새로운 경쟁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자원 보유국과 직접 협상력을 키우는 동시에 일본과의 공조를 활용해야 합니다.
일본은 명백히 미국 측에 무게추를 옮겼지만, 한국은 중국이 최대 교역국이라는 구조적 조건을 안고 있습니다. 미·일과의 광물·LNG 협력을 강화하되, 중국과의 통상 채널은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이중 전선이 한국의 숙제입니다.
2026년의 동아시아 공급망은 이미 ‘가장 싼 곳’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으로 재편 중입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가는 관망자가 아니라, 자체 협상력과 산업 경쟁력을 무기로 자원 보유국·동맹국·인접국 모두와 능동적으로 협력 구조를 짜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참고 자료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한·일 산업통상장관 회담 결과 (2026.3.14, 산업통상부)
- 이투데이: 한일, 공급망 대응 정례 협의체 신설·LNG 협력 강화
- 아주경제: 日 심해 6,000m 희토류 진흙 채굴 성공 — 자원 소국 탈출 (2026.2.3)
- 콜로라도 타임즈: 트럼프-다카이치 정상회담, 730억 달러 투자·핵심 광물 MOU (2026.3.20)
- 헤럴드경제: 다카이치, 중의원 압승으로 총리 재선 — 105대 내각 출범 (2026.2.18)
- 경향신문: 중국,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중단 통보 (2025.11.19)